써멀, 글라이더, 독수리
써멀을 아는가? 낮동안 햇빛이 지표면을 따뜻하게 데우면, 그 열이 공기를 가열하고, 특정한 스팟이 주변보다 가벼워져 위로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상승하는 따뜻한 공기의 기둥을 써멀이라고 한다.
언젠가 꼭해보리라 다짐했던 버킷리스트, 핸드런칭 글라이더. 무동력인 100g대 카본 글라이더를 하늘에 던지고, 써멀을 찾아 다니는 rc비행. 이 글라이더를 날리기 위해서는 글라이더를 하늘에 던질 수 있는 넓은 잔디밭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더 넓은 하늘이 필요하다. 글라이더를 날리러 2년정도를 매 주말이면 여주에 있는 저류지를 찾았다. 써멀을 잘 이용하면 글라이더를 10분, 20분,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높이 만큼 하늘에 띄울 수 있었다. 글라이더를 던지고, 손끝으로 조종기를 미세하게 움직이며 보이지 않는 써멀을 찾으면 글라이더의 날개는 살짝 들썩였다. 그러면 써멀 주변을 회오리처럼 빙글빙글 글라이더를 돌려서 써멀의 상승기류를 타고 고도를 높이는 것이다. 끝가지 날린다고 하면, 글라이더에 내장된 배터리가 다할때까지, 너무 높이 올려 눈에 보이지 않을때까지 날릴 수 있겠지만 그건 위험한 놀이다. 그래도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여 높이 올리는 걸 좋아했으며 한순간 기체를 놓치면 찾을 수없게 되는 긴박함을 즐기곤 했다.
기체에 심어 놓은 고도계로 측정한 비행 그래프
- 약 50미터높이로 하늘에 던지고, 500미터까지 고도로를 올리면서 14분동안 비행, 1분동안 빠르게 하강
- 400미터 정도 올리면, 작은 점이 되기때문에 기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글라이더비행 1주년 비행사진,
카본재질의 글라이더는 아주 가볍지만 한번 잘못떨어지거나 조종 실수로 파손이 되면 버리거나 수리를 해야하는데 수리를 하면 무게가 무거워져 기체의 가치가 떨어진다. 나는 거인의 어깨위에 서서 날릴 수 있었기에 시행착오 없이 짧은 시간안에 즐길 수 있었다. 지금은 글라이더를 날리지 않고, 글라이더도 모두 처분했다. 그래도 글라이더를 날리던 곳은 새를 보러 가끔 찾으면서 글라이더를 날리던 때를 추억하곤 한다.
독수리를 보면, 글라이더를 날리던 때가 떠오른다. 겨울에 저류지에서 글라이더를 날리고 있으면, 독수리들이 찾아와 같이 날기도 했었다. 독수리들이 날개한번 펄럭이지 않고 빙글거리며 고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저기가 써멀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시골집에 갔다가 어릴적부터 늘 보던 산을 배경으로 독수리가 나는 모습을 촬영하였다. 마음에 드는 사진. 글라이더를 날리며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느꼈다. 새들은, 난다는 것에 대한 유희를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