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첫만남의 카드를 하나 사용했습니다. 처음만난 붉은점모시나비의 기록을 잊기전에 기록해둡니다.
아, 이런곳이 있다니! 살면서 보지 못한 풍경속에 하얀 나비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양지바른 석회암지대, 기린초라는 식초와 함께 단독이 아닌 서식지의 요소로 전체가 하나의 세트로 묶여 있습니다. 나비 서식지와 생태와의 관계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봐야 진정한 붉은점모시나비를 본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찍는게 아니라 여기에 있어야 한다" 는 생각을 하게 된것 같습니다.
서식지는 산의 비탈진곳의 돌출된 한쪽면이 뜯어져 나간듯한 모습으로, 특이한 지형과 지질을 갖고 있었습니다. 뜯긴 산비탈이 흘러내리는것을 막기 위해 오래전에 시멘트 보수공사를 날림으로 한듯한 모습, 이것이 서식지의 첫인상입니다. 처음에는 시멘트를 발라놓은줄 알았는데, 그럴만 한것이 석회암이 시멘트의 원료입니다. 척박하지만 산위에서 흘려 내려온 흙들이 돌들사이에서 모여 굳어진 곳에는 식초인 기린초가 자라고있었고, 옆에는 다육식물도 붙어서 많이 보였습니다. 이런 식물들을 피해서 발을 조심히 딛어야 했는데, 낱개의 돌들이 미끄럽기도하고 밟을때 석회암 지질에 박혀있던 자갈들이 떨어져 나오기도했습니다.
서식지의 풍경은 흐린날의 분위기와 겹쳐 '이곳은 비와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비가오는날 혼자 이곳에 앉아 비소리를 듣고 싶다. 당장 내일 비가 온다고하는데, 미친척 내일 다시한번 와볼까? 금테님에게 비가오는날 붉은점모시나비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물으니 그냥 비를 맞을꺼라고 하셨습니다.
이곳을 금테님이 처음 발견했을땐 백마리가 넘게 있었으며, 또 또 자운님의 말을 통해 그이후로 없어지긴했어도 처음 왔을 땐 30~40마리는 있었고, 제가 갔을때는 10~20마리정도가 있었다. 라고 말할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에게는 이곳이 어떻게 남겨질까요. 탐사지로 오고가는 차안에서는 나비의 보존과 서식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앞으로 이곳이 가자니 멀고, 안가면 또 안될것 같은 연례행사처럼 되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더이상 나비가 안보일지도, 또는 출입이 되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서식지 보존이 잘되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저는 너무 일찍, 아니면 너무 쉽게 붉은점 모시나비를 본것 같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답지를 보고 풀어버린 느낌. 금테님은 서식지를 찾기 위해 근방 일대를 다 돌아다니면서 수십번을 오고, 바람님은 10년이 걸렸다고 하셨습니다. 중요한 카드를 아직 사용하면 안될것 같은 타이밍. 보고싶은 마음에 간절하여, 그래서 의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허탈함과 좌절감을 조금 갖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이곳이 아니더라도 붉은점모시나비를 찾는 숙제를 제 나름대로 한번 풀어봐야겠습니다.
복잡한 감정을 안고, 원주를 가기 위해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원주에서는 은줄팔랑보다 산란할듯 돌아다니는 부전나비가 예뻐서 한참을 따라다녔습니다. 또, 무지에서 비롯된 행위, 배에 뭘 매달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있는 모시나비를 보고는 꼬리에 뭐가 기생하거나 붙어서 잘 못나는 구나 싶어 떼어주려고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화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활발하지 못하며,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하지 못하도록 수컷이 분비물로 만든 수태낭을 달고 있는 암컷이였습니다. 수태낭을 만져보진 않았지만 손톱재질같고, 크기도 커서 배에 매달고 다니기엔 무겁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일순간 나비가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루동안 의성, 원주의 나비탐사를 마무리하면서, 2026년 5월 시즌을 시작합니다.

아침시간, 활동성이 떨어지는 개체.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인증샷을 남기자


무덤앞, 망부석에 앉은 먹부전나비. 왜 전체적인 모습을 찍을 생각을 못했는가..

서식지. 이날의 날씨가 느껴지는, 마음에 드네요~

붉은점 모시나비의 붉은점

상당한 털복숭이





서식지 지질, 다육식물과 기린초가 많습니다. 다육식물 이름을 아시는분 계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짝짓기,암컷이 좀더 노란빛을 띱니다



훨훨 날기때문에 플라잉샷 도전도 쉽습니다.


먹부전나비를 다시한번 촬영하고, 원주로.
--





부전나비, 광각이 재미있기도하지만, 나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 올해 베스트10 안에 들것 같은 사진입니다. 암먹부전나비의 완벽한 윗면촬영.


갈고리흰나비도 인증만,

꼬리명주나비는 인증만,


수태낭을 달고 있는 모시나비


은줄팔랑, 봄형. 아마도 암컷같지요? 작년에 여름형으로 처음 만났는데, 금테님왈, 가을형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저의 호기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외곤충들


노랑무늬꼬마밤나방

억새노린재


노랑뿔잠자리


큰넓적송장벌레

북쪽비단노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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