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중인 촬영장비
나비 탐사 시 사용하는 장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모두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으로, 메인 장비는 Olympus OM-1과 M.Zuiko 90mm Macro F3.5 PRO, 서브 촬영용으로 Lumix 9mm F1.7, 그리고 액션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크로 렌즈에는 플래시와 자작 디퓨저를 장착하여 사용합니다. 알이나 애벌레를 촬영할 때 플래시와 디퓨저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습니다. 반면 나비 촬영에서는 촬영 의도에 따라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는 옵션에 해당합니다.
플래시를 사용하면 조리개를 충분히 조여 심도를 확보할 수 있고, 낮은 ISO를 사용할 수 있어 화질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또한 피사체와 배경의 대비가 커져 대상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특히 작은 곤충의 형태와 무늬를 기록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야외라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광원의 특성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사진의 분위기가 다소 획일적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촬영 대상은 달라지더라도 빛의 방향이나 강도, 숲속의 분위기와 같은 현장의 특성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자연광 촬영은 상대적으로 얕은 심도와 높은 ISO를 감수해야 하며, 역광이나 그늘진 환경에서는 촬영 조건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빛과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플래시 사용 여부에 따른 차이를 보여줍니다. 플래시를 사용한 사진은 날개의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피사체가 배경으로부터 뚜렷하게 분리됩니다. 반면 자연광 사진은 세부 묘사의 선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날개 표면의 미세한 음영과 색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는 디퓨저를 사용하더라도 플래시 광원이 비교적 정면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굴곡에 의해 형성되는 섬세한 그림자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자연광은 빛의 방향성이 살아 있어 대상의 형태와 질감을 더욱 자연스럽게 드러내지만, 피사체 자체를 강조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플래시 사용 시에는 매뉴얼 모드로 광량을 조절하다 보니 촬영 간 노출 실패를 겪기도 합니다. 나비가 얌전히 앉아 있다면 광량과 카메라 설정을 바꿔 가며 여러 장을 촬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야외 촬영에서는 그런 여유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부전나비류처럼 예민한 종은 몇 초의 망설임만으로도 촬영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기준 설정값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밝은 낮 시간에는 ISO 200, F11, 셔터속도 1/250초를 기본값으로 두고 플래시의 광량과 iso를 조절하며 촬영합니다. 이후 현장의 밝기나 피사체의 크기, 배경과의 거리 등을 고려하여 광량만 미세하게 조정하는 편입니다.
실제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거리입니다. 플래시는 거리에 따라 광량의 영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설정이라도 촬영 거리가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애벌레나 알을 촬영하다 세팅값을 그대로 사용해 나비를 촬영하다 시커먼 사진을 얻는 경험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플래시 광량을 높게 설정한 뒤 조리개나 ISO로 보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적정 노출을 얻더라도 플래시를 강하게 사용한 사진과 약하게 사용한 사진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플래시 광량이 강할수록 배경은 어두워지고 피사체는 더욱 강조되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플래시 촬영은 단순히 밝기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어떤 분위기를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장비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촬영 경험을 통해 상황별 기준 설정값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현장에서는 경험과 기민한 조작이 중요합니다. 잠시 찾아온 한순간의 정적 속에서 셔터를 누르고, 촬영한 사진을 확인했을 때의 만족감. 촬영이 어렵다면, 완벽한 촬영을 했을때 주는 즐거움은 클것입니다.
플래시를 터뜨릴 것인가, 말 것인가. 정답은 없습니다. 같은 빛은 없으니까요.

플래시사용

자연광 촬영



자연광 촬영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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