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동네에 있는 오리나무. 특별할것도 없는 동네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오리나무가 살고 있다. '살고 있다'라고 해야하나, '살아 있다'라고 해야하나, '자라고 있다'는 아닌것이 확실하다. 어릴적 부터 보아오던 나무이니, 오래된 수령에 내가 자라온 세월만큼 더 나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나무는 그렇지 않다.
아래 책의 사진처럼 옛날에는 수형이 더 풍성했던 것 같다. 수형이 멋지고, 주변이 논이라 모르는 사람도 지나가면서 한번씩은 발걸음을 멈추어 보게 될 나무이다. 그렇다고 이 나무만을 보러 여기까지 오는것은 나무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 이상 먼 걸음 이기에, '최고령'의 타이틀 만큼 유명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네 논에서 편하게 잘 지내고 있는듯 하다. 기억속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관리는 되고 있었고, 최근에 세워놓은 듯한 안내판이 예쁘게 있었다. 나무 한쪽에는 기울어지지 못하도록 받침 쇠기둥이 버텨주고 있었는데, 이것은 예전에 보지 못하던 모습니다.
나무를 돌아 두르는 울타리는 없는데, 옛날에도 없었다. 나무에 기대거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편하지만, 어릴적 나무에 불이 날뻔 했고, 까맣게 탄 부분도 본적이 있었기에 좀더 안전하게 관리되면 어떨까 싶기도하다. 책의 내용처럼 오래 살아남은 오리나무도 귀할뿐 더러,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은 오직 하나의 나무에만 붙지 않는가.
어릴적 자주 가지는 않았다. 시골 남아가 오래된 나무 밑에서 나무와 친구하던 감성은 없었다. 논과 밭을 뛰어다니는 것에 더 마음이 쏠렸다. 그래도 지나갈때마다 늘 거기에 나무가 있는 것이 좋았다. 지금은 일부러 시골집에 갈때 돌아서 나무를 보고 집에 가곤 한다.
나무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소리가 듣기 좋아서 녹음을 해왔다. 언제고 '이땅의 큰나무들'이란 책에 소개된 나무들을 찾아보러 다닐 계획이 있는데, 나무들의 바람소리를 함께 녹음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280년 된 나무의 바람소리는 다른 나무들과 다를게 없으나, 또 280년 묵은 바람소리라는 생각을 하니, 바람이 와서 소리를 내고 멀리 날아간다. 라는 아무 생각이 없는 생각을 하고 왔다.
'대체로 오리나무가 자라는 곳은 농경지와 가깝다. 쓰임이 많은 나무이면서, 사람들 곁에 살다 보니 하늘이 준 수명을 다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주변에 오리나무는 흔치 않다.' - [우리나무의 세계] 박상진 저
https://youtu.be/jKyQb-1r01A?si=CPb_SxQD3CAN9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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